<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

사실 국내에 '루너'의 규모가 현저히 작은 것은 맞습니다만, 국내 · 해외를 막론하고 자신이 처음 풍선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을 때, 이런 '흥미'가 점점 깊어질 때, 이러한 성향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답답함과 당혹감을 표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입니다.

우선 '루너'라는 명칭은 해외의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것으로, '풍선'(Balloon)과 '~하는 사람'(~er)이라는 접미사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은어입니다. (국내는 음차 그대로 '루너'로 사용하고 있지요.)

조금 더 학술적으로 표현하자면 '글로보필리아'(Globophilia) 혹은 '풍선 페티시'(Balloon Fetish) 라고도 부릅니다.

공식적인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꽤 오랜 기간 이러한 명칭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불렸던 만큼 해외에서는 꽤 연식이 있는 서브컬처 문화이기도 해요.

전 여기서 '루너'의 세부 성향이나 성비, 역사 자체보다는 '이러한 성향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을 위주로 간단히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제가 성과학자가 아니라 정말 정확하게 풀어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아래에서 최대한 하나씩 풀어서 설명을 해드릴께요.

< 풍선을 사랑하는 것이 정말 '정신 장애' 인가요? >

아마 '물품 음란증' 혹은 '물품 음란 장애'라는 단어를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커뮤니티나 언론에서 과장 · 생략 · 오해로 단순히 '물품에 성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을 모두 '장애'라고 인식하게 만들어 국내의 '루너'들을 더욱 음지로 가게 만들기도 했죠.

우선,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출판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물품 음란 장애'라는 단어가 '정신 질환'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은 맞아요. 다만 그 기준이 매우 중요해요.

  1. 기준 A (지속 기간과 핵심 증상) : 최소 6개월 동안, 무생물인 물품을 사용하거나 성기가 아닌 신체 부위에 대해 상당히 특정한 집착을 함으로써 반복적이고 강렬한 성적 흥분이 성적 공상, 성적 충동 또는 성적 행동으로 발현된다.

  2. 기준 B (고통 및 기능 저하) : 이러한 성적 공상, 충동, 행동이 개인에게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주거나, 사회적·직업적 또는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심각한 장해(지장)를 일으켜야 한다.

  3. 기준 C (배제 기준) : 물품음란의 대상이 되는 물체가 단순히 옷 바꿔 입기(크로스드레싱)에 사용되는 의복(복장도착장애의 범주)에 국한되거나, 진동기처럼 접촉적인 성기 자극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성적 자극 장치(성인용품)에만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

기준을 보면 알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 생활에 대한 장애'가 기준이죠. 우리가 풍선을 가지고 공공 장소에서 문란한 행위를 하거나, 타인의 소유인 풍선을 계속 훔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성·정신 장애 진단 기준으로는 이러한 성향을 문제라고 할 수 없어요.

언론과 커뮤니티에서 '물품 음란 장애'라는 이름을 그냥 곧이 곧대로 읽어 표현하는 통에 '물품'을 사랑하는게 '정신 질환'인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기도 하죠. 학계의 의견이나 집단 연구의 정보를 가져오지 않은 편향적인 이야기들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게 중요해요!

< 풍선을 사랑하는게 외로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해요. 사실인가요? >

정답부터 말하자면, 외로움이나 자폐 스펙트럼 등이 '물품'을 사랑하는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있어요. 다만, 그 연구 결과 비율이 높지는 않은 상태로, 언급한 트라우마를 겪지 않은 사람 중에도 '풍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죠.

이러한 연구 결과는 아래 문단에서 설명할 '사물성애'라는 개념의 집단 연구에서 출발한 것인데, 아직까지 '물품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죠.

절대로 '외로움 때문에 풍선을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것이다' 라고 일반화 해서는 안되요!

< 전 풍선을 또 다른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요. 이것도 '장애' 인가요? >

기본적으로 풍선에 별다른 '감정' 없이 성적 자극으로만 활용한다면, 이는 'Fetish'(페티시)에 속해요. (대부분의 루너가 이러한 성향이죠.) 다만, 드물게 '특정 풍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해외에서 많은 사례가 포착되어 집단 연구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이러한 성향은 '풍선' 이전에 다른 물품을 포괄하는 사물성애(Objectophilia)라는 개념으로 불러요. 아마 이것도 언론에서 간간히 들어보셨을 거예요.

사물성애(Objectophilia)란 특정한 무생물·구조물을 성적 자극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그 물체 자체를 애정의 대상이나 ‘관계의 상대’로 경험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망상 장애'의 기준이 중요해요.

전체적인 진단 기준은 조금 복잡하니, 가장 중요한 기준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바로 '현실 검증 능력' 이예요.

특정 풍선에 감정을 부여해 가지고 놀더라도, 실제로 그 풍선이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성향이 아니라는 의미죠.

< 이야기를 마치며, >

국내·해외 막론하고 어디서든, 언론과 커뮤니티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상식에 맞지 않는 성적 문화는 크게 거부하는 경향이 커요. 다만, 우리도 이러한 정보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반박하기도 힘든 것이 큰 어려움이죠.

정말 일상에 지장이 없다면, '풍선'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절대로 잘못된 것이 아니예요.

적절한 생활 루틴을 유지하며, '풍선'도 함께 삶에 들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어요.